친정엄마 같은거여...
예전 어느 봉사 단체에서 함께 일하시던 후배 권사님.
성품이 좋고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던터라 좋은 관계를 잘 맺어왔었는데
얼마전부턴가 그늘이 많이 져 있어서 은근 근심이었다.
그런데 함께 얘기를 좀 나누잔다.
위로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심 근심하며 좋으신 하나님께서 저를 만져 주시기를 기도하고 약속 장소로 갔는데 이게 아니다. 얼굴에서 빛이 난다.
"무슨 좋은 일 있어요?" "예" 본인이 말하기까지는 먼저 그 사정을 묻지 않는다는 전화 봉사원의 태도를 알기에 입 꾹 다물고 맛있는 음식을 시켰다.
얼굴을 보니 입이 벙글벙글 그냥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다.
'그래 됐다.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해결 됐으면 됐지...'
서로의 성격을 잘 아는터라 아무 말 안해도, 무얼 물어보지 않아도 되겠어서 맛있는 토속 음식으로 점심을 하고 하나님께 감사했다.
헤어질 무렵 입을 연다. "어제 우리 담임 목사님께서 오셔서 예배를 봐 주시고 가셨어요."
자기도 이제 60이 넘고 보니, 또 권사쯤 되고 보니 어려운 얘기를 풀어놓지 못하겠더란다.
돌보는 성도들을 잘 챙기고, 심방도 잘 하고,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서 그리고 입이 무거워서 누구나 좋아하는 그런 후배인데 자신의 어려움은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겠더란다.
가끔 전도사님이, 또는 부담임 목사님이 함께 심방하고 자신을 위해 기도도 많이 해 주시는데 무언가 성이 안 차더란다. 문제의 해결 방법도 알고 또 시간도 필요하고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것도 다 알겠는데 그냥 답답하고 억울하고 속이 상하더라나.......
그리고 웃으며 나눈 얘기.
속장이 와서 심방하고, 전도사님이 오셔서 심방해 주시고, 또 다른 목사님이 오신다 하더라도 왜 성이 안 찰까하는 얘긴데...이건 순전히 한국 교회 성도들의 문제라는 점. 그러다가 이렇게 결론이 났다. 있잖아...친정에 가면 아버지도 계시고 다른 형제들도 있지만 엄마를 못보면 그건 친정나들이가 아니라는 점. 목사님이 심방해 주시는 건 친정엄마를 만나는 그런 마음이라는 걸...
갑자기 15년전쯤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싶어진다. 무던히도 딸을 아끼시고 사랑하셨던...
' 왜 갑자기 내가 고아처럼 느껴질까.....'
60중반이 넘어도 내 유아적 기질이 꿈틀대는 걸 보며 언제 친정 엄마 보듯 목사님 얼굴 한참 봐야겠네........맛있는 식사 한 번 대접해야지.......